그믐
                   정다은

송아지의 마지막은 
‘므음 므음’
외마디만 외치다 끝났다

‘므음'
입을 앙다물고 내는 소리
목구멍 뒤로 작게 사라지는 소리에서
송아지의 순한 발걸음을 보았다
‘므음'
입 안에서만 맴돌아 보이지 않는 소리에서
송아지의 보이지 않는 자아를 보았다

조금 뒤면 드높은 왕궁에서 즐기는 
축제의 요리가 될 텐데
존귀하게 난 아들이 다시 돌아옴을 축하하기 위한
잔칫상에 올라갈 텐데
묵묵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지금까지 살아 온 송아지의 삶은
저 편 멀리로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송아지는 잔치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오늘부로 죽는 것 외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하지만 송아지는 평생 길러 준 가 
끌어가는 대로 앞으로 따라간다
실 끊긴 연처럼 순순하게 따라간다.

내 귓가에 송아지의 ‘므음’ 소리가 진득하게 남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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