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한 바다의 왕

                                정다은

즐비한 멍석들이 가냘피 운다
썩은내가 콧속으로 확 들어온다

뚜둑 나약하게 꺾인 목을
바라보고 살피고 또 바라본다
우두둑, 처참하게 짓이겨진 목

어떤 행복도 가질 수 없는 
그들의 짓밟힌 눈동자에

그저 눈물만 눈물만
파도친다, 소리친다
꺼이꺼이 뼛속까지 아우성친다

어둠 속 키다리 아파트의 반짝이는 불빛에
또렷하게 겹쳐보인다

둥둥 울리는 북에 맞춰 활활 흔들리는 횃불
소름끼치게 튀어오는 불화살들

이 수사(이억기),
참 우습지
요즘은 TV 안에서 우리 모습이 나오더만

최 수사(최호),
허탈하지
‘전쟁과 장군’ & ‘죽음과 역사’

사람들은 시청률만 나오면 되고
두 눈 똑바로 뜨고 재밌게 보며 
쯧쯧 혀만 몇 번 차고 잊어버리더군

죽어서도 잊혀지지 못한
검붉은 기억들에 난 괴롭다

나는 한산 해변에서 줄곧 
이 바람을 맞았다
얼굴을 쳐대는 낯선 감촉

눈을 뜰 수 없어
얼굴이 시퍼렇게 질리고
매섭고 사나워
해쳐질까 두렵다

하지만
편안하다
바람의 손길은 차갑지만
바람 너는 부드럽다

그래서 난 줄곧
눈을 감고 바람을 맞았다

날 어디로 날려 데려가줄까

거칠게 몰아치는 네 품 속에서 
평안을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바람아
갑옷을 갖추고
얼굴을 사기로 당기고
명량 저 너머에 타오르는 불과 바다와 배를 볼 때는
네가 내 등을 떠미는 건 좀 아니잖니?

‘장군님 장군님 
살려주세요
저희를 두고 가지 마세요’
바람 소리에
너희의 목소리가 들려

한 두 자 앞의 강물이 두렵도록 선명하다
바로 눈 앞에 뚜벅뚜벅 다가와 
전부 뒤엎을 것처럼 뚜렷하다

잔잔하지만 검은 물결에
영혼이 삼켜질 것만 같다

토가 나올 것처럼 시꺼멓게
요동치는 강물에
온 관절이 퍼뜩 시리다

치는 물결에
‘충의 공
내 널 죽이지 않고 
한 번 더 기회를 주노니 나가 싸워라'

눈을 감을 때까지도
남들은 날 놔두지 않았다 
노량을 떠날 때까지
맞바람은 날 가만두지 않았다 
난 몸만 큰 성냥팔이 소녀였다

죽고 나서 함께하지 못한 그들의 비명과 
뚝뚝 흘리는 피와 눈물을
내 마음 가득히 안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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