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는 다르게,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는 널 닮고파
                                    
                                              - 정다은

예쁘다 에메랄드 빛 강
주위의 건물들이 불투명한 색을 띄는 데,
가까이에서 봐서 투명하고 멀리서 보면 더 투명한
햇빛을 받아 푸른 빛 반투명한 불빛이 튀는데
무척이나 청아해

수평선처럼 단조롭고 순조롭기만 한 물결인 줄 알았는데
언제부터였나 원래부터였나
물살이 이 정도로 뾰족하게 넘실대는지 몰랐어
또 강물 가운데 분명하게 치는 잘은 파도는 내 손에 덮쳐올 듯 덮쳐오지 않아

잡힐 듯 잡히지 않아

아무리 인간이 도시를 발전시켜서
나은 세상을 만들어도
강이 흘러가는 법을 따라가지 못하지
흐르는 대로, 생명의 순리대로
온 세상을 돌고 돌아
생명의 근원인 물들을 달래주고
물들이 깨끗이 살아 움직이게 하고
수도 없이 많은 생물들을 품고 있어

이렇게 고마운 강물은 또 무척이나 크지
인간이 만든 거대한 아파트보다, 다리보다, 아스팔트 길보다 거대하고
인간의 내일의 삶을 주지만 강물은 겸손해

시끄러운 소음을 내는 자동차들,
다리를 지나면서 나는 마찰음들
요란하게 번쩍이는 신호등, 건물의 불빛들 
강물의 친구인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조그만 것 밖에 안 되는 인간들은 자신을 나타내기에 급급한데

강물 소리는 찬찬히 귀기울여 봐도
얼마나 고요한지
조용히 모양 없이 시끄러운 인간들에게 웃음 짓는지
혹은 미련한 사람들, 지친 사람들에게까지 도움을 주는지

마음이 편안해
강물이 날 달래
나와는 다르게 끝이 보이지 않고
마음씨 넓고
우러러볼 만큼 크고
난 이 세상에서 그러지 못해서 슬픈데
강물이 그런 내 맘을 알아주고 대변해주고 그려내주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강물같이 어느 것들보다 큰 국회의원들은 지도자들은
강물처럼 어느 것들보다 말없이 뒤에서
강물처럼 여느 사람들을 섬겨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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